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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실명불멸화> (2023-2025)
 

‘낙원’은 분명 존재하지만 닿을 수 없다는 지점에서 평화의 존재와 유사하다.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이라 명명되는 낙원은 구원의 가능성을 소망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구원을 부정한다. ‘낙원’은 고통의 지표로서 지나간 시간으로 덮여 있는 장소이다. 물과 햇빛처럼 생물이 살아갈 조건을 가진 땅이지만 미지의 식물과 배회하는 천사 외에는 어떤 것도 살지 않는다. 수많은 발자국 위로 자란 빨간 풀만이 더 이상 짓밟힐 일 없이 섬을 가득 메운다. 작가는 ‘낙원’의 구원을 부정하고 고통에 마주하는 장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평화의 감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폭력이 있던 자리 위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시간의 축적은 특정한 '평화로움'을 성립시킨다. 최지수는 오늘날 관광지가 된 과거의 전쟁지역을 방문하며 평화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수집한 이미지의 특정성을 모두 희석시킨 후 ‘평화의 감각’만이 남은 세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세계를 낙원이라 명명하며, 이 곳의 식생인 미지의 식물과 수호자인 천사를 구현한다. 이는 존재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온전한 평화’의 조건을 찾는 과정이 된다.

이를 통해 평평하고도 무책임한 단어인 평화 속에서 성립되는 지점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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